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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ADHD
갱년기 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ADHD일까요
올해 마흔아홉인데 작년부터 생리가 들쭉날쭉해지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냉장고를 열고 뭘 꺼내려 했는지 멍하니 서 있고, 가스불을 켜둔 채 나온 적도 있어요. 예전부터 덤벙대긴 했지만 요즘은 회사 일까지 놓쳐서 겁이 납니다. 갱년기인지 ADHD인지 궁금합니다.
원장 답변
냉장고 앞에서 멍하니 서 계셨던 순간, 스스로도 많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잘 해오던 일들이 갑자기 손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무섭습니다. 겁이 난다고 쓰신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이런 변화는 게으름이나 성격 탓이 아닙니다. 갱년기를 전후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데, 이 호르몬은 몸뿐 아니라 뇌에서 주의력과 기억을 이어주는 신호에도 관여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해지는 브레인포그(생각이 뿌옇게 흐려지는 상태), 잦은 깜빡임, 하려던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느낌을 호소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여기에 ADHD 성향이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ADHD는 어른이 되어 새로 생기는 병이라기보다, 어릴 때부터 있던 주의력 특성이 그동안은 성실함과 습관, 메모하는 버릇에 가려져 있다가 드러나는 쪽에 가깝습니다. 호르몬이 흔들리고 잠이 얕아지고 챙길 일은 늘어나면, 그동안 버텨주던 힘이 부치면서 감춰져 있던 부분이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예전부터 덤벙대긴 했다'고 하신 대목이 그래서 중요한 단서입니다.
일상에서는 세 가지만 먼저 잡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되도록 일정하게 두세요. 주의력은 수면에 가장 예민합니다. 둘째, 기억을 머리에 담아두지 말고 밖으로 꺼내세요. 알람과 메모, 현관에 붙이는 체크리스트가 의지보다 훨씬 든든합니다. 셋째,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세요. 여러 일을 겹쳐 하실수록 실수는 늘어납니다. 늦은 시간의 커피와 술은 줄이시고, 30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를 더해보시면 좋습니다.
저희는 지금 상태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율신경 검사(HRV)로 몸과 뇌가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보고, 뇌기능 검사와 표준 심리척도로 주의력과 정서 상태를 함께 살핍니다. 갱년기 변화에서 오는 부분인지, 원래의 주의력 특성에서 오는 부분인지를 나눠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과열된 뇌 활동을 가라앉히는 한약, 지친 몸과 뇌를 보강하는 한약, 침과 약침, 뇌파를 살피며 안정을 돕는 뉴로피드백 가운데 필요한 것을 조합합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으셔도 상의해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방법과 기간은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흐릿함을 오래 혼자 견뎌오신 분들을 꾸준히 살펴왔습니다. 한 분 한 분 상태에 맞춰 보고 있으니, 편하실 때 오셔서 편히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상담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확인은 내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