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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발달장애
직장 다니는 발달장애인인데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해요
경계선 수준의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3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일은 어떻게든 하는데 사람 많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버티다 보면 퇴근할 때쯤엔 머리가 멍하고 말도 잘 안 나옵니다. 요즘은 잠도 얕고 아침마다 몸이 무겁습니다. 생활에서 뭘 조절하면 좀 나을까요?
원장 답변
하루를 버텨내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느낌, 그걸 3년이나 이어오셨다니 정말 애쓰셨습니다. 일을 못 해내는 게 아니라 '해내느라 다 써버린' 상태라는 걸 먼저 짚고 싶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분이 직장에서 유독 지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곳입니다. 소리, 사람의 표정, 갑자기 바뀌는 일정, 말로만 전달되는 지시. 신경계가 이런 자극을 걸러내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면, 같은 하루를 보내도 훨씬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이걸 '감각 과부하'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뇌가 종일 초과근무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퇴근 무렵 말이 안 나오고 머리가 멍해지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쓸 수 있는 몫을 이미 다 쓴 결과입니다. 밤에 잠이 얕아지는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낮 동안 켜져 있던 긴장이 밤에도 바로 꺼지지 않는 것이지요.
생활에서 조절해볼 것은 '회복 시간을 일과 안에 미리 넣어두는' 쪽입니다.
첫째, 하루 중 자극이 없는 15분을 두 번 정도 정해두세요. 점심시간 끝자락이나 오후 중반에 사람 없는 곳에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릅니다. 지친 뒤에 쉬는 게 아니라, 지치기 전에 미리 끊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둘째, 말로 오는 지시는 짧게라도 글로 남겨두세요. 메모나 메신저로 확인하는 습관은 기억의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셋째, 퇴근 후 한 시간은 '전환 시간'으로 비워두시길 권합니다. 바로 다른 일을 시작하지 말고 조용한 상태로 몸을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넷째, 잠들기 전 화면을 줄이고 잠자는 시각을 일정하게 맞춰보세요. 발달장애가 있는 분은 수면 리듬이 흔들리면 낮의 소모가 훨씬 커집니다.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면, 이건 노력이 부족해서도, 자라온 환경이나 양육 방식 때문도 아닙니다. 타고난 신경계의 특성이고, 그 특성에 맞춰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입니다.
저희는 이런 경우 자율신경 검사(HRV)로 지금 몸의 긴장과 회복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뇌기능 검사를 함께 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한약·침·뉴로피드백(뇌파를 살펴 뇌 활동의 안정을 돕는 비약물 훈련) 가운데 필요한 것을 조합합니다. 발달장애 자체는 언어·인지·행동 치료 같은 개입이 중심이고, 한방은 수면과 정서, 하루의 컨디션을 받쳐주는 자리에 섭니다. 다만 방법과 기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오래 혼자 버텨오신 분들을 꾸준히 살펴왔습니다. 한 분 한 분 상태에 맞춰 봅니다. 편하실 때 한번 들러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상담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확인은 내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