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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이 시험 때마다 배가 아파 화장실을 못 벗어나요
고3 아들인데 작년 여름부터 시험만 다가오면 아침에 배가 뒤틀리고 설사를 합니다. 모의고사 날엔 화장실을 서너 번 가느라 늦기도 했어요.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아무 이상 없다고만 합니다. 이런 것도 치료가 되나요?
원장 답변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막막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분명 아픈데 원인을 못 찾으니, 부모님 마음도 아이 마음도 편치 않으셨겠습니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신경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뇌가 긴장하면 장도 같이 긴장합니다. 시험처럼 부담이 큰 상황이 오면 우리 몸은 자율신경(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소화·호흡을 알아서 조절하는 신경) 중 긴장 쪽 신경이 강하게 켜집니다. 이때 장은 평소보다 빠르고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장을 감싼 신경도 예민해져서 평소라면 못 느꼈을 자극을 통증으로 받아들입니다. 내시경이나 피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장의 '모양'이 상한 게 아니라 '움직임과 감각'이 흐트러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에게 특히 힘든 건 여기에 예기불안(또 그럴까 봐 미리 겁내는 마음)이 얹힌다는 점입니다. 한 번 시험장에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시험 전날 밤부터 '내일 또 그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만으로 장이 다시 움직입니다. 증상이 불안을 키우고 불안이 다시 증상을 부르는 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이가 예민해서도, 마음이 약해서도 아닙니다. 몸이 실제로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아침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잡아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서두르면 그 자체가 긴장을 키웁니다. 시험 당일 아침은 자극이 적은 음식으로 가볍게 먹이시고, 커피나 에너지음료·기름진 음식·유제품은 그 시기에 잠시 줄여보셔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또 그러니", "신경 좀 쓰지 마라" 같은 말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라, 그런 말을 들으면 불안만 더 커집니다.
저희는 자율신경 검사(HRV)로 지금 아이의 몸이 어느 정도 긴장 상태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눈에 안 보이던 것을 숫자로 보면, 아이도 부모님도 '내 몸이 지금 이런 상태였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긴장을 가라앉히는 방향의 한약, 침이나 약침, 뇌파를 살펴 안정을 돕는 뉴로피드백 훈련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조합합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어도 상의해 함께 진행할 수 있고, 방법과 기간은 아이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희는 오래 이런 고민을 안고 지내온 학생들을 꾸준히 살펴왔고, 한 명 한 명 상태에 맞춰 봅니다.
시험이라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조급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 상태를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누면 더 구체적으로 안내드릴 수 있으니, 편하실 때 내원해 상담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온라인 상담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확인은 내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